연설 및 기고

사회봉사를 통한 선진사회로의 길: 제 13회 일송상 축사

등록일 :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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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통한 선진사회로의 길: 13회 일송상 축사


오늘 제 13회 「일송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하신, 존경하는 윤대원이사장님, 정범모 전 총장님,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님,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님을 위시한 내·외 귀빈 여러분들을 모시고, 축사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동으로 일송상을 수상하신 이성식 지방소방장님과 이기범지방소방교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주관하신 일송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이신 한림과학원의 김용구원장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일송상」은 한림대학교를 설립하신 고 일송 윤덕선박사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하여 제정되었고, 올해 제 13번째로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일송상 제정취지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송선생의 업적을 의학·교육·사회봉사의 세 범주로 나누고, 이 세 부문을 대상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는 부문의 수상자를 선발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수상한 분들은 으뜸가는 업적을 쌓았으며, 우리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일송상 수상자로 모시게 된 것을 한림대학교로서는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봉사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저는 일송상의 매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상자 선정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 금년도 일송상은 사회봉사분야에서 소방업무에 종사하는 두 분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사회봉사부문은 업무내용이 다양하고 그 포괄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특정 분야를 선정하고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도 물론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수상자의 공적평가를 보면 희생과 헌신, 그리고 불굴의 의지라는 특징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 두 분들의 업적은 이미 공적서에 기록이 되어 있고, 또한 본인들이 소감을 피력하는 시간에 잘 소개될 것이므로, 제 축사에서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두 분들의 수상에 즈음하여, 일송상에서 사회봉사상을 제정한 것의 의미를 음미한다는 관점에서 몇 마디 개인적 소회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일송 평전을 읽어 보면, 일송 선생은 사회사업을 중요시하는 독실한 신앙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특성을 지닌 일송선생께서 금 번의 사회봉사 수상자들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하였을 가를 상상해보니 다음의 세 가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직업에 대한 인식, 희생과 헌신의 정신, 그리고 위험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그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직업의식에 대한 소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안정적인 수입원,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성, 그리고 자유로운 여가생활의 가능성 등이 직업선택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개인적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만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안정적이며 안일하게 일한다는 시각에서만 직업을 찾는다면 이는 바람직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에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직업들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를 갖겠습니다만, 사유재적 성격보다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즉 남에게 봉사하는 일도 해야 하는 직업들에 누군가는 종사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사회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정신이 인간 생활의 토대를 이루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하늘이 내려준 천직(calling)으로 여기면서, 업무의 어려움이나 직업의 귀천이라는 인식도 마다하고, 일생동안을 이에 종사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모노쓰쿠리라고 부르는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는 장인정신, 이키가이라고 부르는 어떤 일을 하던 그것에 삶의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정신이 사회를 탄탄하게 만들면서 선진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사회문화적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사상이 만연하는 실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철저한 자기만족적인 직업정신이 아직 뿌리내리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시각에서 오늘 수상하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마음에 와 닿는 것입니다.

둘째, 희생과 헌신의 정신입니다. 우리는 지금 본인에 대한 보신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고 금전적 보상과 개인 중심적 사고와 행동이 관건이 되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우리는 누구나 사회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구성원으로 조직된 공동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예상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재라고 부르는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누군가는 조직의 안전을 위하여 모험을 시도하기도 하며 위험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도 믿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당위성은 무엇보다도 가정교육에서 시작하여 학교나 사회의 직장교육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오늘의 수상자인 소방관은 업무자체가 화재라는 위험성에 언제나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본인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야말로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고 용기를 갖고 있어야만 실천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결국, 사회는 오늘의 수상자들과 같이 이러한 직업을 선택한 분들에 의하여 안전이 유지된다는 점을 이번 시상식에서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위험에 대한 제도적 보상에 관한 생각입니다. 이 두 분들의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나 위험은 고통과 심지어 불행을 수반하면서 현실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난 불굴의 정신은 인간적으로 매우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위험의 폐해가 전적으로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사회적 보험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유재에 관해서는 위험의 개인화가 도덕적 해이를 방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공공재에 관해서는 공평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위험의 사회화가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믿습니다. 위험에 대한 사회적 보험이 얼마나 잘 갖추어졌는가가 선진사회의 척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험은 유형 자산에 대한 것 뿐 아니라 무형자산의 가치에 대한 것도 당연하게 포함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특히 후자에 대해서는 사회제도적으로 불충분하지 않나하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업무로 인한 부상에 따라 잃어버리게 된 기회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여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점을 오늘의 수상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송상의 수상을 계기로, 앞의 세 가지 소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드는 사회봉사의 업적에 대하여 우리 모두 고마움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도 과거에 비하여서는 인식의 많은 발전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에는 존경받는 직업 1, 2위를 의사와 판검사가 차지하였으나 최근에는 소방공무원과 환경미화원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는 실정입니다. 놀라울만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다행스런 연구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수상자들과 같은 분들의 헌신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격상되기 위해서는 개인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공동체의식이 함양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모든 구성원들의 보편적 후생을 더 증진시킨다는 인식을 구성원들이 갖게 되고, 그런 맥락에서 사회봉사가 더욱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제 축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일송상의 두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3월 8일
총장 김 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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